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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3(목) 14:46
“나마저 이 아이들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았다”

■ 박주정 진남중 교장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책 펴내

미션21 phj2930@nate.com
2023년 08월 24일(목) 15:48
정글자본주의가 낳은 한국의 교육현장은 적자생존의 극한 서바이벌 게임의 장으로 추락한 지 오래다.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 근원적인 질문 앞에 고뇌하게 되는 요즘, 그 질문에 온몸으로 답을 해 온 한 선생의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박주정 광주 진남중학교 교장이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김영사)을 펴냈다. 교사의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 학생들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 책은 일깨운다.


707명의 아이들과 함께한 무모한 동거, 그 뒷이야기…
CBS ‘새롭게 하소서’출연 유튜브 조회수 170만뷰 기록
그들은 중년이 되었지만, 새로운 아이들과의 동행은 계속
학교부적응 학생 단기위탁 ‘금란교실’ 2004년 국내 최초 개설
2008년엔 학업중도탈락 학생 전담 대안교육 ‘용연학교’도 세워
2015년 자살위기 상황 24시간 신속대응 ‘부르미’ 창설 초대단장


전남 고흥군 출신인 그는 1992년 광주의 한 실업계 고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한다. 이듬해 8명의 학생이 “하룻밤만 재워 달라”며 그의 열 평짜리 아파트에 찾아왔다.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박 선생은 받아들였다. 그의 세 식구가 살기에도 집이 비좁았으나 아이들을 길바닥에 내쫓을 수는 없었다. 그다음 날부터 아내는 도시락 8개를 쌌고, 박 선생과 아이들은 같은 집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그렇게 시작한 동거는 아이들을 변화시켰다. 소위 ‘문제 학생’으로 불렸던 학생들은 박 선생의 집에서 함께 공부하며, 학기 기말고사에서 전교 1~7등까지 석권했다. 그리고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던 대학 진학을 꿈꾸게 되었다.
꿈이 생긴 아이들이 그해 10월, 박 선생의 집을 떠나며, 또 다른 ‘문제 학생’들을 데려왔다. “우리는 이제 사람 되었으니 이 친구들을 사람 좀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박 선생은 대출을 받아 광주 외곽에 있는 방 다섯 칸짜리 폐가를 전세로 얻었다. “나마저 이 아이들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더 많은 아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박 선생은 ‘공동학습장’을 만들었고, 10년 동안 707명의 아이를 돌봤다. 그의 첫차 빨간색 프라이드에 아이들을 태우고 학교와 공동학습장을 오갔다.
이후 학생들을 위한 제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2004년부터 광주광역시교육청 장학사로 근무하며 학교부적응 학생을 위한 단기 위탁교육시설 ‘금란교실’을 2004년 국내 최초로 개설했다. 2008년에는 학교부적응 학생과 학업중도탈락 학생을 전담 교육하는 대안학교 ‘용연학교’를 설립했다. 또 학교부적응 고등학생들을 위한 ‘돈보스코학교’를 설립했다.
2015년엔 자살 등 위기상황에 놓인 학생들을 위해 24시간 신속 대응하는 ‘부르미’를 창설해 초대 단장을 맡았다.
박주정 선생은 광주광역시서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거쳐 2023년 현재 광주 진남중학교 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출연한 CBS ‘세바시’가 화제를 낳은 데 이어 ‘새롭게 하소서’가 유튜브 조회수 170만 뷰를 기록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책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은 영화 같았던 교사 생활 이야기와 더불어 위기의 아이들을 지키며 고뇌하고 성찰한 인간 박주정의 이야기가 담겼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지나온 발자취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이지만 10년 세월을 함께했던 ‘707’의 아픔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며 “707명의 아이들은 중년이 되었지만, 새로운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의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책 속으로
신기했다. 새벽 4시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점심 먹고는 그 돈으로 학원을 다니는 기적 같은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실제로 그해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두 명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변해가는 아이들을 보자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갈 수 있다”고 했다. 그해, 나 역시 사람은 희망이 있고 꿈이 있을 때 변화가 생긴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격했다. 아이들을 보면서 배의 항해사처럼 그들에게 항로를 안내하고 인생의 빛이 되어주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나의 책무라는 것도 깨달았다.
- 65쪽, <대학에 간다고?>

나는 아이들을 늘 바라본다. 대들고, 악쓰고, 욕하는 모습,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손가락질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고민 없는 시각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웃고 있어도 울고 있는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어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고, 그래야 어른이다.
- 104~105쪽, <토끼 무덤에 십자가를 만든 마음>

어버이날이었다. 한 학생이 이른 아침에 등교해서 아침밥을 준비하던 급식실로 찾아왔다. 학생은 문을 열더니 급식 봉사 여사님을 향해 “엄마!”라고 크게 불렀다. 여사님은 ‘저 학생이 왜 나한테 엄마라고 하지?’ 생각하면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나 둘러보았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학생이 다시 “엄마”라고 더 큰 소리로 불렀다. 여사님은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면서 “나?” 하고 말하자, 학생이 그렇다고 했다. 학생은 문을 닫고 도망갔고, 여사님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 148쪽, <급식실 ‘엄마’>

아버지는 많이 지쳐 힘들어했다. 이따금 정상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때 마침 알코올중독을 치료하는 곳에서 아버지를 찾으러 왔다. 기관에서 강제로 연행해 차에 태웠다. 나는 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큰아이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
“너는 왜 안 가려고 하니?”
“아버지가 또 탈출해서 여기를 오면 3층에서 뛰어내릴지 모르니 제가 기다렸다가 말려야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했다. 연꽃 같은 딸이었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들었을 텐데 딸아이는 아버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초·중학생 두 아이만 내 차에 태웠다.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었다. 입술이 퍼렇게 질린 두 아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258쪽, <연꽃 같은 딸>

● 추천사에서
사랑의 실천적 나눔과 봉사라는 말도 너무 흔해서 어느새 빛이 바랜 요즘, 박주정 선생님이 지난 수십 년간 ‘당연한 의무인 양’ 실행해온 헌신적인 일들은 읽는 이에게 감동을 넘어 부끄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지금 여기 나부터 늦지 않게 마음을 내어 무언가 좋은 일을 시작하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 이해인(수녀, 시인)

‘교육장’이라는 무거운 직함 이면에 인간 박주정은 가히 충격적인 인물입니다. 아무 잘못 없이 아버지를 잃은 어린 박주정은, 기나긴 삶의 질곡 가운데서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고비를 만날 때마다 뜨거운 열정과 헌신과 희생과 땀으로 이겨왔습니다. 온전한 인간승리요, 감동입니다. 책을 잡는 순간부터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 인생 드라마가 책장을 뛰쳐나와 우리에이야기를 읽고 감동받아 감사한 삶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김종기(푸른나무재단 명예이사장)
미션21 phj293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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