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설한 금란교실은 일주일 간의 단기 교육프로그램이다. 어떤 조치를 이수하는 데는 성과가 있었으나, 몇 개월 또는 학기 단위로 운영하지 않기에 중도 탈락 예방에는 한계가 있었다.
당시 2천여 명이 학교를 그만두었는데 그중에 중학생은 대략 6∼7백여 명가량 되었다. 그래도 고등학생들은 생각이 있고 뭔가 철이 좀 있는 학생들이라 걱정이 덜 하지만 중학생은 아직 철없는 순진한 얘들이었다. 학생 개인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적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그때부터 고민하기 시작했다. 시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는 범죄예방위원, 금란교실에서 고생하고 있는 추수지도위원 등과 협의를 계속했다. 뜻있는 교사들을 만나는 한편 과장, 국장께도 보고드렸다.
교육감을 만나는 날이다.
오래전부터 찾아뵙고 내 뜻을 전하고 싶었는데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아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각오하고 교육감실을 노크했다. 월요일 오후 시간이었다. 비서실에 물어보니 오전에 중요한 업무는 모두 처리하고 좀 여유 있는 시간이라 했다.
“교육감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교육감님, 우리 시에서 학업 중단이나, 퇴학당하고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1년에 2천 명이 넘습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사회적인 손실은 물론이고, 그들이 흉악범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한 학생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들도 교육감님의 자식들입니다. 교육감님,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학교 하나 만들어 주십시오.”
“자네 뜻은 잘 알겠네만 예산이 어디 있는가? 지금 영재 학생도 제대로 못 가르치고 있는 판국인데….”
“교육감님, 영재 학생들은 교육청에서 돌봐주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잘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이 훌륭한 부모님 밑에서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자란 학생들입니다.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고 선도하는 일도 저희 장학업무입니다. 교육감님, 깊이 더 생각해 주십시오.”
“시끄럽네, 그 일이 아니고도 신경 쓸 일이 너무 많네. 오후에 장학관들하고 회의가 있네. 그 문제로는 나를 찾아오지 말게.”
“교육감님, 저는 반드시 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알았네, 자네 알아서 하소.”
나는 선한 일에는 분명 하늘도 도와준다는 주문을 외우면서 뜻이 있는 선생님 100명을 모으기로 했다. 한 분 한 분 만나서 내 뜻을 전하기도 하고, 교육청에 회의가 있는 날은 각 학교에서 온 생활지도 선생님들에게 회의를 마친 후 시간을 양해받아 부탁했다.
“여러 선생님!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교육감님께 말씀드렸더니 일언지하에 거절당하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힘든 학생을 위한 학교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입니다. 여기 계신 선생님들께서 한 달에 1만 원씩만 후원해 주십시오. 일 년이면 12만 원입니다. 단 이번만큼은 1년 후원금을 한꺼번에 주십시오. 그렇게 해서 100명이면 1,200만 원입니다. 그 돈으로 사단법인을 만들겠습니다. 사단법인을 만들려면 기본자금 1,200만 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다음 이 학생들을 돕는 후원회도 만들겠습니다.”
그날은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박 장학사님의 뜻이 너무 훌륭하고 좋습니다.”
몇십 명의 선생님들이 그 자리에서 서명해주었다. 그중에는 학교 하나 세우려면 적어도 400억은 있어야 하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라고 콧방귀를 뀌는 사람도 있었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날 서명을 해주었던 수십 명의 선생님 덕분에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서명자의 명단을 보여주면서 고마운 선생님들을 자랑했다. 아내도 기뻐하며 “당신이 선한 일을 하기 때문에 하나님도 분명 도와주실 겁니다.”라고 용기를 주었다.
나는 그 후로도 고등학교나 대학의 선배, 후배를 찾아다니며 “형님, 선배님, 후배님, 이런 학교를 하나 만들겠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설득했다.
액수를 떠나 그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용연학교가 탄생했고, 그 보금자리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꿈을 포기한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지금도 14년 전 그날을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과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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