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공개된 국가조찬기도회 회장단과 임원진 명단을 보면, 재계와 정치권의 이름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대기업 총수, 건설사 회장, 여야 국회의원, 그리고 각종 기독교 단체장들까지. 겉으로는 기도의 자리이지만, 실제로는 권력과 자본이 교차하는 ‘네트워크의 장’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 최근 드러난 사례들은 이 우려를 뒷받침한다.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이자 서희건설 회장인 이봉관 씨는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씨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사위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자필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다. 또한 12.3 비상계엄령 당시 계엄사령관을 지낸 박안수 대장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는 기도를 올렸다. 특정 정치인을 향한 지지 발언과 기도가 국가적 기도회라는 이름 아래 공공연히 이뤄지는 모습은, 종교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기독실업인회(CBMC)가 보여준 행보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CBMC는 얼마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차명 계좌 비리 등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진정으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회개와 자숙의 차원에서 이러한 제안을 단호히 사양했어야 한다. 더욱이 CBMC가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복음 전파에 도움을 얻으려 한다면, 그것은 복음의 힘을 스스로 부정하고 세속적 권력에 기대려는 위험한 시도다. 교회가 권력의 그늘을 빌려 부흥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이미 복음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한 이른바 “200만 기도회”를 주도했던 교계 세력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은 ‘반동성애’라는 단일 의제를 앞세워 성도들을 대규모로 동원했고,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과시하며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교회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문제들·정교유착, 교계 지도자들의 부패, 권력과의 결탁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한다. 오히려 침묵이야말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200만 명을 동원할 힘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미스바 회개 집회를 열어 한국교회의 타락과 기복주의, 성장주의, 물질만능주의를 애통해하며 눈물로 회개해야 할 때다. 그러나 그들은 ‘회개’가 아닌 ‘세력 과시’를 택했다. 그 결과 교회는 사회적 신뢰를 잃었고, 정권과 이해관계에 얽힌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수님은 외식하며 기도하는 바리새인들을 꾸짖으셨다. 그들은 보이려 기도했고, 드러내려 했으며, 떼 지어 다녔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대형 기도회와 국가조찬기도회의 모습이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나님은 무대 위에서의 웅장한 기도가 아니라, 골방에서의 애통한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국가조찬기도회는 있었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차기 정부에서는 이런 위선적 행사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조찬기도회와 같은 모임이야말로 부패와 합법적 부조리의 온상이며, 교회의 거룩을 가장 크게 훼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의 모습은 그 우려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는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자로 나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표지 모델로 실린 뉴스위크(Newsweek) 잡지를 직접 들어 보이며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했다. 신앙의 자리에서 특정 정치 지도자를 과시적으로 치켜세운 행위는 국가조찬기도회의 본질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 목사가 최근 임성근 전 해병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의 창구로 지목되어 특검의 압수수색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조찬기도회의 설교자가 동시에 권력형 로비 의혹에 연루된 것은, 종교 지도자가 정치권력과 얽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기도는 권력자들의 특권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낮은 자, 억눌린 자, 눈물 흘리는 이들의 기도가 하나님 나라를 세워 간다. 한국교회가 다시 살아나려면, 권력의 무대에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눈물의 골방에서 회개하는 기도로 돌아가야 한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