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먹거리·함께 먹기·단식·먹거리 공유지 만들기 등 노력 필요
관계의 전환·퍼머컬처·생명유지 체제의 실천 맞물려 돌아가야
“노아가 100년 동안 방주를 만든 것처럼 우리 역시 이 시대의 과제 안은 것”


▶지난호에 이어서
8. 여덟 번째 방법은 ‘야생먹거리'이다. 야생먹거리들은 길러지는 채소에 비해 영양이 남다르다. 우리가 길가에 있는 풀만 만져도 손에 5조 정도의 미량원소가 붙는다. 이러한 야생먹거리들을 섭취하게 되면 장내 미생물이 생기게 된다. 또한 안 먹어본 맛이 나는 야생먹거리로 요리를 하게 되면 탁월하고 특별한 맛을 낼 수가 있다. 독풀만 주의하면 되는데, 사람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는 거의 독풀이 없고 깊은 산속에 주로 많다.
9. 아홉 번째 방법은 ‘함께 먹기'이다. 전환마을은평에서는 마을 사람들과 ‘밥풀꽃'이라는 로컬푸드 식당을 차렸다. 코로나 이후에는 채식식당으로 리뉴얼하게 되었다. 밥풀꽃은 코로나라는 재난 상황에서 고립되어 식사를 못하시는 분들을 위한 도시락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마을에 취약계층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역사회에 알리게 되었고 사람들의 후원이 시작되었다. 1년 만에 도시락 생산은 300개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2번째 마을부엌 ‘햇빛부엌'을 열게 되었다. 위기 재난 상황에서 서로 돌보고 같이 먹는 것을 고민하다 보니 주변에서 잉여 먹거리 재료 후원도 들어오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10. 열 번째 방법은 ‘단식'이다. 잘 먹는 마을 전환마을은평에서는 1년에 한 번 함께 굶는 단식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널리 퍼져서 현재는 전국에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한다. 미션에는 소비하지 않는 공복 3일, 탄소배출 없는 공복 3일이 포함된다. 이때 몸의 감각이 깨어나고 리셋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패턴을 바꾸기도 한다고 한다.
11. 열한 번째 방법은 ‘먹거리 공유지 만들기'이다. 혼자 하면 어려우니 전환마을은평처럼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전환마을은 2000년도 초반 피크오일 때 생겨난 운동이다. 오일이 고갈될 것이니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지금 당장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시작하자는 내용이었다. 전환마을은평도 2013년에 선언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공동체이다. 전환마을 운동은 현재 전 세계 50여 개 나라, 만여 개의 전환마을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서른 개 정도 된다. 영국의 토트네스라는 전환마을에는 incredible edibles이라는 먹거리 공유지를 운영해 왔는데, 초반에는 동네 사람들이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다가 코로나 이후에 슈퍼마켓이 셧다운 되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런던, 파리,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서도 재난상황에서 도시 먹거리 공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일정 면적 이상 확보하는 것을 법으로 정했다고 한다.
12. 한편 소란님이 처음 전환마을 활동가를 시작하게 된 영국의 토트네스는 지역경제가 아주 발달되어 있는 마을이다. 로컬 마트에서 빵 하나를 사더라도 밀을 누가 길렀고, 누가 패키징을 했고, 누가 호두를 길렀고, 누가 호두를 깠는지까지 봉투에 모두 적혀 있다고 한다. 내가 소비하는 돈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가는지가 투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1세계 국가는 소비되는 물품 대부분이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유통 체인망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소비로 인한 이익은 우리가 모르는 소수 주주들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 그래서 로컬성이 떨어진다. 또한 토트네스 마을은 귀농, 귀촌율이 매우 높은데 가장 많은 연령대가 2-30대라고 한다. 이들은 지역경제의 새로운 근간이 되어 소비자로, 또 생산자로 활동하게 된다.
13. 강의 전반부엔 소비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실 소비로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생산을 해야 한다. 생산자가 되지 않으면 체계를 바꿔낼 수가 없다. 한국의 농법을 배워 파마컬처 이론을 만든 Bill Morrison은 전 세계인이 10%를 자급하면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며 대전환은 시작된다고 말했다. 소란님은 개인이 1%를 자급해서 10%를 나누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도시에서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 베란다 텃밭이든 게릴라가드닝이든 아주 조금이라고 생산해서 나누어야 한다.

퍼머컬처의 전일적 디자인 중 농사는 작은 일부분이지만 대변환은 작은 실천을 통해 일어난다.

나가면서
1. 그 첫 번째는 관계의 전환이다. 모두가 각자도생으로 살다 보면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감각이 올라온다. 고립될수록 더 많은 위험을 느낀다. 그러나 관계가 연결되면 생산을 같이 하게 되고 나누게 된다. 그러다 보니 개인 차원에서 실천하는 것에서 훨씬 나아간 공동 솔루션을 내게 된다. 누군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우리는 물질의 노예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탈성장'을 꼽기도 하는데 이는 ‘관계'와 매우 밀접한 개념이다. 함께 돌보고 함께 먹고 함께 사는 것이야말로 탈성장이기 때문이다. 탈성장을 준비하고 연습하기 위해서라도 관계를 잇고 확장하는 것은 필요하다.
2. 두 번째는 퍼머컬처이다. 퍼머컬처는 Permanent + agriculture의 합성어이다. 의식주를 자급할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설계로써, 농법이라기보다는 문화에 가깝다. 문화를 바꾸는 운동이기 때문에 삶 전반에 대한 모든 것을 고민하게 된다. 퍼머컬처는 땅을 보살필 것, 사람을 보살필 것, 공정하게 분배할 것, 영혼을 보살필 것과 같은 네 가지 윤리 원칙을 갖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농사도 짓고 삶을 디자인하게 된다. 퍼머컬처는 통합적으로 지구를 보는 시각을 만드는 것으로, 전일적 세계관으로 불린다. 퍼머컬처의 전일적 디자인에서 농사는 작은 일부분에 속한다. 그 외에도 비인간 종으로부터 배우기, 시도와 실천, 오류, 소비하는 모든 자원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할 것, 폐기물을 주요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것, 구성요소 간 연결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만드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3. 기후위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며 전환이란 어디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지연전술(동시에 같이 하는 것이 중요. 지구생명방어) - 의식의 전환(인식, 사고, 가치의 전환) - 생명유지체제의 실천(새로운 경제, 사회구조 개발)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지구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때는 과반수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3.5%의 사람들이 결집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고 나머지 50%가 동의하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여성참정권운동이 그랬고 흑인인권운동이 그랬다.
4. 전환은 점진적인 변화이며 중요한 것은 차근차근 조금씩 일어나는 행동의 변화이다. 사람들은 기후위기 행동을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살지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그 삶의 방식을 연구하고 옳다고 생각되는 방식이 지속될 수 있도록 내 삶을 바꿔나가는 것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상상하지 않으면 비전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이것이 실질적인 기후위기 행동이다.
5. 낙관주의는 의무이다. 상상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된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우리의 현재 행동과 내일의 행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볼 수 있는 길만 따라갈 수 있다. 미래를 설계하라! 그리고 그 상황 속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6. 기후위기엔 공동체가 답이다. 우리가 이 시대에 태어난 것은 엄청난 과제를 안은 것이다. 우리의 행동에 따라 미래가 달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선택받은 사람, 선택받은 미륵이 아닐까? 우리는 주변에 방주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방주가 되어야 한다. 노아는 신탁을 받고 100년 가까운 시간을 들여 짐승과 새와 땅에 기는 모든 생명들을 실을 수 있는 큰 방주를 만들었다. 우리가 방주에 싣고 싶은 생명, 사랑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그런 마음을 내고 있는 존재들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 서로 사랑하자! 우리 모두 방주가 되고 그 안에서 맛있는 것을 맘껏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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