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호주에 워홀을 다녀온 딸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외국에 가니 한국의 위상이 엄청 높아졌다는게 실감나지 않았니? K-pop을 부르고, K-drama를 시청하고, 한국 식당에 외국인이 넘쳐나고, 한국제품들이 비싸게 팔리는 모습을 보면 국뽕이 생기지 않아?"
그러나 딸은 제가 예상하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글쎄. 난 그렇게 뭐가 엄청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좀 신기하긴 했지만 국뽕이 차오를만큼은…. "
솔직히 딸의 대답에 실망했지만 금방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딸은 저와 달리 선진국을 살고 있고, 수준 높은 대한민국의 문화와 위상을 몸으로 이미 체화하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시대가 아닌, 한국가전제품이 진열대의 가장 싼 곳에 위치했던 시대를 살아보지 않았기에 딸은 격세지감을 느낄 수 없습니다. 딸에게 지금의 대한민국의 위상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자신이 살았던 세대를 기준으로 다른 세대를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면 많은 오류와 오해가 생깁니다.
MZ세대를 경험하며 느꼈던 당혹감이 떠오릅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지만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려하고, 함께 하려고 합니다. MZ세대 뿐일까요?
윗세대와의 소통은 더 어렵습니다. 일제식민지를 경험하고, 광복의 기쁨과 전쟁의 참상 그리고 그 이후 혹독하게 경험했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설움을 딛고 지금을 만든 어른 세대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의 나라가 있게한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왜냐하면 죽을 힘을 다해 지킨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수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존경과 그들의 명예를 지켜줄 때 소통이 시작됩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과가 있지만 먼저 그들의 수고와 헌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소통이 어렵습니다.

세대를 서로의 잣대로 평가하면 오해와 갈등만 깊어집니다. 우리는 먼저 상대의 경험을 인정해야 합니다. MZ세대를 향해 ‘무관심’이나 ‘무감각’이라 단정 짓기보다, 그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기준을 갖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젊은 세대도 윗세대가 겪은 고난과 수고를 온전히 인정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할 때 비로소 진정한 소통이 시작됩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는 이 점이 더 중요합니다. 교회를 세우고 지켜온 이들의 헌신을 먼저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대화의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동시에 과거의 잣대로만 현재를 재단해서도 안 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의 자리를 마련하며, 작은 실천으로 세대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겸손한 인정과 감사, 그리고 진심 어린 경청이 있을 때 비로소 세대는 마주 설 수 있고, 교회는 하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