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또 선생이 자초지종을 물어보니까 우리 아들이 거짓말을 한다면서 계속 때렸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잘잘못을 떠나서 장학사로서 몹시 불쾌했다.
“어머니, 어디 학교에 누굽니까?”
며칠 후에 그 학교를 방문했다. 장학사가 방문한다고 하니 학교에서는 좀 긴장된 눈치였다. 담임선생님을 상담실에서 만났다.
“선생님, 저는 교육청 생활지도담당 장학사 박주정입니다. 몇 달 전에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물총놀이를 했는데 친구들끼리 한 행동을 가지고 선생님께서 학생을 폭행했다고 하는데 그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순간적으로 학생이 계속 거짓말을 해서 손찌검을 했는데 잘못됐습니다.”
“선생님, 이 학생이 이렇게 태어난 것도 가엾고 불쌍한데, 설령 거짓말을 했다고 해도 감싸주고 안아줘야지 폭행을 했다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닙니까? 내일 교육청 감사팀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잘못도 했지만 성규 엄마의 감정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도 강한 어조로 말했다. 성규 엄마는 이야기하는 동안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성규 엄마의 눈물은 사실 내 어머니의 눈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내 어머니는 하소연할 곳도, 눈물을 보일 대상도 없었다. 상담실에서 면담을 하고 나오는데 성규 엄마가 운동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장학사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조금이나마 한이 풀어집니다. 성규가 선생님한테 맞고 왔을 때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학교를 쫓아가려고 몇 번을 망설였는데 성규가 더 밉게 보일까 봐 못 왔습니다. 오늘 장학사님이 선생님께 훈계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쩜 저렇게 제 마음을 속속들이 잘 알고 계실까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제 장학사님만 믿고 우리 성규 용연학교에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성규가 용연학교 지망생 1번이 되었다.
그 후 성규는 용연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곳 고등학교에서는 너무 착하고 좋은 학생이라고 소문이 날 정도였다. 몇 년 후에 성규가 대학교 진학할 무렵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그때는 내가 장학관 시절이었다. 성규 어머니에게 장애인 판정을 받으라고 했다. 장애우 학생들에게는 특별전형으로 대학입시 혜택이 있었다.
성규는 우리 지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은 훌륭한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전화가 온다. 지금도 호칭이 장학사님이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소중한 것 같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