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기도할 일이 있으면 무등산 자락에 있는 헐몬산 기도원이라는 산속 기도원에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소나무 하나 뽑을 정도로 열심히 강력한 기도를 목놓아 하셨지요. 저는 가끔 그런 어머니를 따라 기도원에 가서 함께 기도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기도보다는 기도하는 분들을 물끄러미 보곤 했다는게 정확합니다. 방언에 익숙치 않았기에 제 기도는 동어반복이나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이 거의 없었고, 기도제목을 종이에 적어 읽듯이 명확했기에 기도시간이 길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담임 목회를 하다보니 기도할 일이 많아집니다. 제 개인의 일보다 성도들을 위한 기도가 많아졌습니다.
새벽에 또는 밤 늦게 예배당을 찾아 적어 놓은 기도제목 노트를 펼치고 성도들을 위해 대부분을 그리고 가끔 저를 위해 기도하곤 합니다. 습관적 기도도 있고, 간절함이 넘치는 기도도 있습니다.
주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정작 제가 원하는 대로 기도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기도합니다.
무엇보다 바뀐 것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따라 기도원에 가던 기억을 떠올려 몰래 예전 기도원을 찾아 기도와 산책을 겸하여 다녀오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세상 속으로 들어갑니다. 성도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그들의 삶을 살피며 그곳에서 기도합니다.
무례한 이들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이들, 본래의 표정을 감추고 웃음을 머금고 일하는 이들이 제가 만나는 성도들의 삶임을 몸소 체험합니다. 기도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에서 청년들에게 존경받아왔고,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온 교회 성도님이 암재발로 재치료 중에 있습니다.
이분의 아픔이 마치 부족한 저의 기도인 것 같아 매일 그분을 위해 기도합니다. 생명의 주관자가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성도님의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가 우선하게 됩니다.
기도의 자리를 찾아가게 되네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분이 감사의 기도제목을 가장 먼저 교회 공동체 기도제목으로 내놓으신 것입니다. 항암치료의 고단함과 절망감을 뒤로하고, 지금은 함께 예배하지 못하지만 “예배의 자리에 있었음을 감사한다”는 기도제목을 받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분의 간절함과 믿음의 고백이 모든 성도들에게 울림이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시던 부모님 세대의 성실함과 믿음을 본받아 오늘도 저와 성도들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도 성도님을 위해 기도하며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되새겨 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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