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AI 당지기·초등학부모 10시 출근제·공공기관장 알박기 금지 조례…. 민선 8기 광주광역시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국내 1호’ 정책들이다. 최근 이재명 정부와 전국 지자체가 이같은 혁신 정책을 잇따라 벤치마킹하고 있다. 광주에서 시작한 정책들이 정부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관련법을 제정해 광주 혁신정책의 안착을 뒷받침하고 있다. 강 시장은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면 여러 목소리를 듣게 된다”며 “시민의 편에서 불편한 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다보니 이런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내년 전국으로 확대 실시되는 ‘광주다움 통합돌봄’ 정책의 추진 배경에는 과감한 재정투입의 결단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돌봄은 공무원이 대상자를 발굴해 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며 “통합돌봄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재정과 인력을 투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통폐합과 관련해 강 시장은 “이미 취임 초에 효율성 차원에서 공공기관 4곳을 통폐합으로 축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측근의 반발과 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박현주 본지발행인


AI당지기·초등 학부모 10시 출근제·공공기관 알박기 금지조례 등
이재명 정부·전국 지자체 잇따라 강기정표 혁신정책 벤치마킹 분주
군공항 이전·AI 2단계 AX실증밸리 조성사업 순항중


▲광주·전남의 가장 큰 현안은 광주 군공항 이전인데.
“맞습니다. 올 5월 광주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타운홀 미팅 이후 대통령 정책실장실 산하에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 국토부, 기재부, 국방부 등 6자가 참여하는 TF(태스트포스)를 구성했다. 아직 6자 TF는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동안 각 기관의 부단체장급이 참석해 3자와 4자 방식의 사전협의를 3차례 가졌다. 소음피해 측정과 이전지역 지원사업, 종전부지 개발계획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군공항을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무안군의 반대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안군이 군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기자는 데에 동의를 해 줘야 되는데 그게 잘 되지 않고 있다. 무안군은 군공항 이전 후보지를 공모해 달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이는 군공항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타운홀 미팅 때 얘기했던 김산 무안군수의 진정성에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군공항 이전이 호남발전의 기회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전남 서남권 공항이 열리면 호남지역에 기회가 온다. 무안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냐, 마느냐의 중요한 시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무안을 중심으로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 산단을 비롯해 호남권에 새로운 산업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것은 광주의 문제, 전남의 문제, 무안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무안공항을 통해 호남에 기회를 주려는 의도다. 군공항 이전을 계기로 호남지역에는 모처럼 기회가 왔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무안군이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것이다.”
▲군공항이 이전할 경우 종전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은 먼 이야기다. 군공항 이전이 결정돼도 7년, 10년 후에나 실현된다. 약 820만㎡(248만 평)에 달하는 군공항이 떠난 부지에는 최첨단 AI(인공지능) 모빌리티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AI 모빌리티 신도시에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100만평의 숲을 가꿀 것이다.

▲광주가 AI 선도 도시인데 향후 계획은.
“올해 AI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기본법에 따라 내년 초 로 지정받으면 다양한 혜택을 볼 수 있다. 집적 단지 지정의 가장 큰 조건은 인프라 구축 여부다. 광주는 2년 전에 국가AI테이터 센터가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이것으로는 부족해 AI센터보다 11배 이상 규모의 <국가AI컴퓨팅센터>를 추가로 구축하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두번째의 조건은 인재양성 사다리다. 광주는 전남대를 중심으로 지스트, 한국에너지공대 등에서 AI 전문 인재양성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런 인재들은 158개에 달하는 AI 기업에 취업해 인재양성과 취업이라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광주가 집적 단지의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AI 2단계 AX실증밸리 조성사업이 순항 중인데.
“광주의 미래 성장동력인 AI 2단계 사업의 예타 면제가 확정됐다. 2단계 사업의 핵심은 국가 AI테이터센터의 실증장비와 대형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주요산업에 접목하는 것이다. 내년부터 5년간 AI 2단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2단계 사업의 총 사업비는 6000억원으로 5년 동안 크게 세 가지 분야에 사용된다. 우선 자율주행차 등 첨단 모빌리티 기술개발과 AI 기반 전력망 운영을 위한 에너지 분야에 3000억원이 투입된다. 2000억원은 광주 곳곳에서 교통이나 안전, 돌봄 분야에서 실증하는 예산이다. 나머지 1000억원은 현재 국가 AI데이터센터가 있는 첨단 3지구에 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2단계에서는 연구개발(R&D)과 실증, 상용화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AI 생태계 확장이 목표다. 1단계로 유치한 300개 기업에 더해 추가로 700개 기업을 끌어들여 총 1000개 기업 집적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 여름 폭우로 신안교 일대가 침수됐는데 복구는 되었는지요?
“영산강변과 신안동 복개천 등 이런 곳이 또 침수됐다. 과거에 침수된 지역이 침수됐다는 것은 근본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근본적인 대책에는 재정 투입이 필수다. 중기 대책으로 신안동과 양동의 복개된 도로를 걷어내고 하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신안동 복개도로 1.6㎞를 복원하는데 6000억 원이 든다. 지난달 대통령과 영상회의에서 복개도로를 걷어내야 한다는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회의원과 국회에서 홍수 피해 대책으로 이런 점을 거론하지만 현실화할 용기가 있을지 의문이다. 신안동의 침수 대책으로는 철도 교각 둘을 철거해야 한다. 여기에 드는 비용만 300억원이다. 그래서 침수 대책은 재정 투입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가능하다.”
▲광주에서 민생회복 소비 쿠폰 차별화로 문제 있었다.
공급자 중심의 행정편의주의였다. 100개 넘는 지자체가 비슷한 우를 범했다. 여기에 광주가 포함된 것을 매우 아프게 생각한다. 이것은 매뉴얼이나 지시의 문제도 있지만 문화의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아동 급식카드’의 경우, 우리 시는 선도적으로 일반카드와 동일하게 디자인을 바꾸어 낙인효과를 방지했다. 이번 소비쿠폰은 그동안 늘상 금액을 구분해 상생카드를 발행해 왔던 경제국이 관행대로 소비쿠폰 발행에 적용해서 문제가 생겼다.”
▲선제적으로 소비 쿠폰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는데.
이번 일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시는 “소비쿠폰 문제가 불거진 후 곧바로 인권 감수성이 떨어진 정책이 무엇인지 점검했다. 59가지를 확인하고 사례별로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체납고지서를 문 앞이나 우편함에 부착하는 행위는 사생활 침해로 판단해 고치기로 했다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8월 1일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대통령께 보고했더니 신속한 대처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통령은 광주시가 마련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행안부에 공유해 전국 지자체와 중앙부처 차원에서 반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향후 행안부가 컨트롤타워가 되어 더 정교하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광주가 돕겠다.”
▲광주형 통합돌봄이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시장 취임 이후 어떤 정책을 펼친 것인가 고민했다. 그래서 나온 공약 1호가 광주다운 통합돌봄이다. 통합돌봄의 핵심은 신청하지 않고도 누구나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 380여 명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누군인지 찾아다니면서 발굴하고 있다. 기초수급자와 저소득층, 장애인 뿐만 아니라 누구나가 통합돌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장인 저와 아내가 사고를 당해 아이들을 돌 볼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경우 통합돌봄에서 아이들에게 식사를 챙겨주고 등교를 시켜준다. 하지만 소득 기준이나 각종 법규를 따지는 현행 제도에서는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 3년간 해보니 복지 공약이 아니고 민주주의 공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 것은 지난해 통합돌봄이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으로 제정돼 내년 3월에는 전국에서 실시된다.”
▲통합돌봄이 신청주의를 넘어선 “발굴주의” 정책으로 평가를 받는데.
“얼마전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현행 복지제도의 신청주의를 잔인한 일이라고 질타했다. 정부가 이미 대상자을 알고 있는데도 신청 절차를 거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신청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운 사례도 있다고 이 대통령은 지적했다. 이처럼 신청주의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극복할 수 없다. 광주의 통합돌봄은 3년 전에 이런 신청주의의 단점을 보완해 앞서서 시행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시장 임기와 일치시키는 ‘알박기 인사금지’ 조례를 제정했다는 데.
“지자체장이 취임했는데 전임 지자체장이 임기 말에 공공기관의 장을 임명해 놓고 가면 어떻게 될까요. 그 공공기관장이 버티면 결국 비리를 찾으러 다니고 협박하고 이러면서 행정력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를 계속 봐왔잖아요. 이게 소위 말하는 공공기관 알박기죠. 이런 문제로 문재인 정부때 정은경 장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그래서 저는 시장 취임 후 공공기관장의 알박기를 없애기 위해 시장이 그만두면 모두 사퇴하는 공공기관 알박기 금지 조례를 2년 전에 제정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하지 못하면 제가 임명한 공공기관장들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임명권자의 가치와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장의 임기는 임명권자와 일치해야 한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광주 통합돌봄이 관련법 제정으로 내년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된다”며 “통합돌봄의 성공 여부는 재정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 단체장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