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마6:10)”

지구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가? 개인, 교회, 노회, 총회적으로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얼마나 기도를 드리고 있는지 되돌아 볼 때 부끄러울 뿐이다. 대체로 기도 내용이 인간의 평안, 교회 부흥, 총회 발전, 사회적 안녕에 국한 되어있다. 교우들의 질병 회복을 위해 기도하듯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지구가 병들어 신음하고 있으니 지구의 회복을 위해서도 기도하면 좋겠다.
빙하가 녹고 숲이 사라진 모습, 불쑥 솟아오른 쓰레기 매립지, 오염된 바다, 죽어가는 야생동물들, 걷잡을 수 없이 불타는 산불, 가뭄과 홍수로 신음하는 지구촌 곳곳의 뉴스와 사진을 볼 때마다 기도가 저절로 나와야 된다.
주님께서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머나먼 하늘나라가 아니라 바로 ‘여기’ ‘지금’ 이루어지기를 구하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하나님나라는 물리적 국가를 넘어 전 영역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져 천국을 맛볼 수 있도록 조화로운 상태를 말한다.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실제 행동과 간절한 기도가 필요하다. 바쁜 전도 일정에도 한적한 곳을 찾으시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이 우리의 모범이시다.
가끔 그리스도인들은 이 점에서 편향된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정치적, 사회적 변혁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임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변화를 일으키시는 분은 하나님 한 분뿐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 밖에 없다고 믿는다. 전자는 가장 치유가 필요한 사실이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것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다. 후자는 예수님은 기도만 하신 것이 아니고 표적을 행하시고 실제로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신 분이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녹색사역에 비전을 둔 많은 그리스도인이 빠지는 함정이 기도하지 않은 채 행동에만 열심을 낸다는 것이다. 소위 기독교 환경운동가들이 영적 메마름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좌초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운동이 기도로 맺어지는 관계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도는 예배의 생명선이다. 살아있는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몸이 죽은 것처럼 기도 없는 예배는 죽은 것이다. 대체로 보수교단인 한국교회가 기도하는 환경 선교에 나선다면 샬롬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창조세계가 탄식할 때마다 우리는 하나님의 영과 더불어 눈물을 흘리며 주님의 자비를 구해야 한다. 교회가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성도의 눈을 덮고 있던 착각과 현실 부정의 막이 걷히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창조세계에 대한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마음과 생각과 의지가 바뀌는 힘이 생기고, 그 힘이 마침내 세상을 바꾼다.
이제 각자가 기도하면서 영혼의 더듬이를 움직여 창조질서 안에 머물지 못한 자신의 마음, 소비적인 생활 습관 등 불편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모임이나 회의에 일회용 물품이나 불필요한 문서가 남아 낭비되는지를 점검해 보자. 집이나 교회가 탄소 중립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자. 마을에서도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적인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기도하자. RE100을 실천하는 기업의 상품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를 잘 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정부와 국회가 그린에너지 전환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기후온난화로 종말의 시계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대해 국제 사회가 연대하여 정의롭게 대처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 다음 세대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도록 간절히 두 손을 모으자.
그리스도인들은 미래를 향한 소망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통치가 창조세계 전체에 다시 세워지는 비전이다. 우리는 기도하는 가운데 지금의 모습에 함께 아파하면서 변화될 세상의 비전을 붙들고 갈 수 있다. 기도하는 중에 비로소 우리의 존재가 변화될 것이고, 변화된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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