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부분 좋은 다리가 놓여 있지만 내가 아주 아렸을 때, 시골 냇가에는 징검다리라는 것이 있어서 냇가를 건너기 위해서는 징검다리를 건넜다. 지금은 추억의 징검다리가 광주천에도 여러 개가 있다. 이 징검다리의 돌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길에 놓여 있다면 이 돌은 걸림돌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똑 같은 돌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서 딛고 넘어가도록 도움을 주는 ‘디딤돌’이 되기도 하고 걸려 넘어지게 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돌이 문제가 아니고 어디에서 쓰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사람이나 물건이 있어야 할 곳에 있으면 유용하고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으면 많은 불편함이 발생한다. 나는 디딤돌이 되어서 사람들이 나를 징검다리처럼 잘 활용하는데 쓰임 받고 싶다.
민주화의 도시 빛고을 광주광역시 남구에는 양림동이 있다. 이곳에 ‘65 디딤돌’이라는 돌들이 있다. 호남신학대학교가 있는 해발 108m의 양림산 정상에 10여 년 전에 조성이 되어 있는 징검다리 형태의 큰 돌들이다. 이 돌에는 65명의 외국인 선교사의 이름이 적혀있다. 대부분 한국이름도 가지고 있고 태어난 년도와 돌아가신 년도가 함께 기록되어 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부에서는 1892년부터 1984년까지 92년 동안 190여명의 선교사의 그의 가족들을 호남지역의 선교를 위해 보내 주었다. 그리고 1909년 돌아가신 오웬선교사님을 시작으로 26명의 선교사님들과 그의 가족들의 무덤과 비석이 있다. 그리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서 6명의 비석이 그리고 전주의 16개의 비석이 똑 같은 모습으로 제작되어 ‘양림동외국인선교사묘원’에는 48개의 비석이 있다. 그리고 광주기독병원 뒷 소공원에 포사이트선교사와 윌슨선교사의 비석이 나란히 서 있다. 양림동에 50개의 비석이 있는 것이다. 190명 중 50개의 비석이 있고 흩어져 있다. 140명도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동산에 있는 ‘양림동외국인선교사묘원’ 옆에는 ‘65 디딤돌’이라는 것이 있다. 190명 중 호남에 파송한 선교사님이 65명이었고 그들의 이름과 그분들의 조선과 호남의 선교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 특별히 광주 최초의 학교인 숭일학교와 수피아학교를 설립하고 제중병원(현 광주기독병원)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분들의 기록은 2022년 12월에 발행한 ‘양림 65 디딤돌’에 잘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양성현작가와 전숙화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 출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땅에 살아가면서 각자의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은 신의 부르심에 순종한다. 그것을 소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맡겨진 일을 묵묵히 감당하며 어려움들을 이겨나간다.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성장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나눈다. 재능과 시간과 물질과 심지어는 생명까지도 내어 놓는다. 숭고한 삶이다. 다른 사람들의 불편함을 위해 징검다리로 자신을 내어준 디딤돌의 삶을 산 사람들이다. 나는 청소년들이 디딤돌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있어야 할 곳을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든든히 그 자리를 잘 지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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