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힌네”는 “여기”(Here), “샴“은 “저기”(Yonder)를 뜻한다. “저기에”가 되면 “여호와 샴마”로 “여호와가 저기에”가 된다. 히브리어 “하늘”(솨마임)은 여기서 유래했다. 하나님께서 우주 만물 창조하실 때 물(바다)을 둘로 나누셨다. 궁창 아래의 물은 “마임”, 궁창 위의 물은 하늘을 뜻한다. 그래서 “하늘”은 “저 윗물, 저 바다”로 “솨마임“이라 부른다(창1:6-8, 시148:4). 히브리적 사고(思考)에 따르면, “여기(힌네)”는 인간적, 차안적(此岸的), 세속적, 현실적, 물리적, 공간적이며, “저기(샴)”은 신적(神的), 피안적(彼岸的), 초월적, 미래적, 실존적, 질적 성격이 강하다.

아브라함의 “힌네”와 “샴”
아브라함은 갈데아 우르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인 “여기”를 떠나 주님이 “지시할 땅”인 “저기”로 갔다. 그 후 아브라함은 자기의 “여기”에서 여호와께서 지시하신 “저기”로 떠돌며 “나그네와 행인”으로 살았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나그네 생애 속에서 결정적인 “여기“와 ”저기“의 구분은 모리아 산 정상에서 나타난다.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히: Hinneh) 기다리라.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히: Sham)로 가서 경배하고 너희에게 돌아오겠다.”(창22:5).

이 본문에서 “여기”와 “저기”가 처음으로 나온다. 히브리어는 동사가 매우 중요하다. 본문에는 세 개의 동사, 곧 “우리가 가서”, “우리가 경배하고”, “우리가 돌아오리라.”가 출현한다. 그런데 두 종들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그들은 아브라함이 내려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의 “여기”다. “종들”은 “나아르”인데 얽매어 있는 종이 아니라 힘을 쓸 수 있는 젊은 청년을 뜻한다. 아마 집에서 모리아 산까지 가는 길이 험하고 짐승들의 위험 때문에 늙은 아브라함에게는 보호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여기”와 “저기”는 장소나 공간적인 것보다 존재에 비중을 둔다.
아브라함은 백세 때 얻은 생명과도 같은 자기의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여기(Hinneh)"에서 “저기(Sham)“로 넘겨야만 한다. 그가 가야 할 “저기“는 인간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종들에게는 “여기에”있으라고 했다. “저기”는 자기 아들을 잡아 바치는 곳이다. 하나님께 가장 가까운 거리까지 나가는 곳이다. “저기”는 마치 하늘처럼 먼 곳이다. 그래서 자신이 경험했던 여행 중 모리아 산 정상에서의 “여기”와 “저기”는 공간적으로 매우 가까운 거리지만 가장 멀고 고통스럽고 가장 가기 싫은 길이었다. 그가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가면 사랑하는 독자 이삭은 죽고, 아버지는 살인자가 되며 가문은 문을 닫게 된다. 덴마크의 실존주의 신학자 키에르케고르(1813-1855, Søren Aabye Kierkegaard)는 “사랑이 남긴 이야기”에서 이 부분에 대해 “독자들은 말을 멈추고 침묵하라. 설교자들은 이삭의 헌납을 설교하지 말라. 아브라함의 이름에 누가 될지 모른다.”라고 하였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지시대로 “칼(마아케레트)” 곧 “번제 시 짐승을 도살할 때 사용하는 칼,”로 이삭을 죽이려 했다. 그는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곧 믿음으로 담대하게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갔다. 이삭을 번제로 드린 아브라함은 산 정상 “저기”에서 홀로 산을 내려왔다. 산을 올라 갈 때는 동사가 복수형이었지만(루라카), 되돌아 내려올 때는 동사가 단수형(바이샤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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