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NS활동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알고리즘의 함정이 있긴 했지만 저와 성향이 비슷한 분들과 함께 교제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고 좋아요를 눌러줍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댓글에서부터 비판적인 댓글까지 다양한 반응도 있습니다. 주로 동의하고 지지하는 댓글이 많고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글은 가끔 있습니다. 오랫동안 글을 쓰다보니 제 의견에 동조해주고, 심지어 여론 형성의 계기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스스로 글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글의 힘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도 꼭 한마디씩 거들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몇 가지 일로 페북에 민감한 내용을 포스팅했더니, 많은 분들이 응원과 지지를 좋아요와 댓글로 남겨주셨고 격려와 지지를 표하는 전화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스스로 매우 객관적이며 논리적인 글을 쓴다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 여러번 팩트체크하고 문장을 다듬고 상대한 배려까지 하며 글을 썼다면 이제는 제 감정을 배설하듯이 쾌감에 집중하는 글을 간혹 쓰는 저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지지해 주는 이들만을 위한 글을 쓰게 되고 좌우앞뒤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스승이 많고, 저를 지지해 주는 선후배 동료가 많다 하더라도 저에게 진심으로 조언과 경고를 해줄 수 있는 동료가 없다면 고집센 중년 남자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글을 씀에 있어 항상 저널리즘을 강조하던 제가 어느새 변질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운전을 함에 있어 앞만 보고 운전하는 이를 우린 초보라고 부릅니다. 좌우를 살필 줄 안다면 어느 정도 능숙한 운전자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진짜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룸미러(일명 백미러)를 수시로 보는 사람입니다. 앞과 좌우뿐만 아니라 뒤의 상황까지 볼 수 있는 운전자가 진짜 프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판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바뀌며 기독교 현자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코로나때보다 더 좋아진 것이 없습니다. 열심을 내려해도 분위기가 코로나 이전과 확실히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더 큰 위기가 왔다고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코로나 3년이 우리에게 준 숙제입니다. 코로나 때는 핑계도 있었고 위기가 불러온 경각심과 또다른 열심도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교회의 생생한 민낯을 본 이들이 교회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은 경계가 새로 생긴 듯 합니다. 이런 상황에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고심의 흔적이 이곳저곳에서 보입니다.
기독교 매체도 다르지 않습니다. 창간 24주년을 맞이한 ‘미션 21’에게도 큰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언론의 저널리즘이 사라지고, 권력에 기승하여 생존한다는 오해가 지역 신문들뿐만 아니라 주요일간지도 모욕적인 판단을 받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미션21’이 이 시대에 기독교 저널리즘을 온전히 실천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소식의 전달과 사실의 확인 그리고 감시의 기능까지 본연의 가치와 사명을 잘 감당함으로 초보 운전자가 아닌 안전하면서도 프로의식이 돋보이는 매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미션21’의 창간 24주년을 축하하며 ‘미션21’에 실리는 글들이 영혼을 변화시키고, 기독교의 본질을 빛나게 하며, 정론직필함으로 기독교의 변질과 타락을 막는 역할을 잘 감당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