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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3(목) 14:46
희망편의점-①
미션21 phj2930@nate.com
2023년 10월 12일(목) 15:36
박주정교장
광주광역시 진남중학교 교장
2020년 12월 28일 월요일 오후 5시. 광주광역시 남구청소년수련관 7층 건물에서 한 학생이 투신하려고 했다.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대원이 낙하지점에 대형 매트를 펼쳤다. 아이는 비웃듯이 매트가 깔리지 않는 다른 곳으로 투신하고 말았다. 즉사했다.
너무나 마음이 아파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았다. 아이는 보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만 18세가 되면 정착금 500만 원을 받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 했다. 돈도 부족하지만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른 심리적 갈등, 오갈 데 없는 현실이 만들어 낸 비극이었다.
무언가 바꾸지 않으면, 똑같은 비극이 반복될 게 빤했다. 하루빨리 대책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시설 아이들의 관리는 교육청 소관이 아니었다. 남구청과 광주시청의 업무였기에 교육청에서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었다. 반대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관할을 따질 문제가 아니었다. 거기에 있는 학생들도 우리 서부교육지원청, 광주시교육청의 학생이 아닌가. 이런 생각에 이르자 그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우선 우리 지역의 시설에 있는 학생의 현황을 확인하고 도울 방법을 찾기로 했다. 놀랍게도 2천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에서 자살 사건이 벌어지고, 답답한 환경 속에서 우울증이 10배 이상 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더구나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코로나19로 자유롭게 밖에 나갈 수 없는 등 관심의 사각지대였다. 서부교육지원청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교육장으로서 관련 기관장들을 만나 설득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거두절미하고 이런 얘기였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위해 뭐를 하고 싶은 거예요?”
“예, 맨 먼저 학생들의 기를 좀 살려주고 싶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안에만 갇혀있어서 너무 힘들어합니다.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 아이들을 토요일, 일요일에 정말 재미있고 의미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체험을 시켜주고 싶어요. 우선 남구의 2개 아동복지시설과 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5개의 그룹홈 등 200여 명의 남구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런 다음은요?”
“첫 번째 계획을 실시하면서 병행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없기 때문에 우울증이 굉장히 심합니다. 그래서 우울증을 체계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의료진을 구성해서 일대일 면담을 하고 싶습니다. 최소한 자살이 나오면 안 되니까요.”
“그 정도면 되는가요?”
“마지막으로 학원을 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학원비가 없어서 못 간다고 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학원비를 대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을 가장 힘들어했다. 복지시설에서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활동을 자제시키고 외출을 제한했다. 혈기왕성한 아이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폭력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졌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차를 임차해 아이들을 데리고 남원, 여수 등 여러 곳의 수련장을 찾아갔다. 여러 방식의 단체활동을 비롯해 즐거운 게임으로 닫힌 아이들의 마음을 풀어주었다.
진로 문제에는 더 구체적인 손길이 필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름대로 자기 길을 찾아 가야 하는데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정착금 5백만 원 주면서 나가라고 하니 목숨을 끊는 게 아닌가.
▶다음호에 계속
미션21 phj2930@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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