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순환은 어김없다. 하나님께서 정해놓으신 약속들은 사계절 안에도 들어있다. 그 약속들은 신실하게 자기의 몫을 하고 있다(창세기 1:14, ‘하나님이 가라사대 하늘의 궁창에 광명이 있어 주야를 나뉘게 하라 또 그 광명으로 하여 징조와 사시와 일자와 연한이 이루라’).
그래서 아무리 더워도 이제 시원한 가을이 올 것이 분명하므로 희망을 가진다.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 아래서 우리의 삶의 태도는 겸손이다. 하나님 앞에서는 그 분께서 인정해주시는 것을 제외하고는 보잘 것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편 2:4 ‘하늘에 계신 자가 웃으심이여 주께서 저희를 비웃으시리로다’). 사도 바울 같은 위대한 사도이자 뛰어난 신학자도 ‘죄인 중의 괴수’라는 고백을 했지 않는가? 하물며 필부만도 못한 우리야 더 말해 무엇하리! 그러려면 날마다 겸손한 자세로 새롭게 변해가야 한다. 낡은 관습과 전통을 과감하게 깨트려야 한다.
지금은 ‘엄마 아빠, 아버지 어머니’라는 말을 누구나 자연스럽게 부른다. 하지만 역사를 잠시 들춰보면 조선 5백여 년 동안 남자는 높고 여자는 천하다는 인식으로 점철되었다. 이런 사회환경은 개화의 시작 즉 1900년도까지도 전혀 바꿔지지 않았다. 정말 이 나라는 영적으로 ‘흑암의 땅’이었다. 우리 전라도에서도 ‘아버지’ ‘어머니’라는 단어는 보통학교(국민학교에 해당, 오늘날에는 초등학교라고 부르지만) 교과서에나 씌어 있었고, ‘아부지’ ‘어매’라 불렀다. 아버지에게는 ‘예’ ‘하십시오’ 하는 존칭을 썼지, 어머니에게는 어린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어이’ ‘하소’ 이렇게 불렀다. ‘어이’나 ‘이러소’ ‘저러소’는 양반이 상놈에게 또는 동기간에 쓰는 말이었다. 그래서 첫 선교사들은 어머니에게 반드시 ‘예’ ‘하십시오’ 하고 존칭을 써야 한다고 철저하게 가르쳤다. 어찌 낳아준 어머니를 상놈 취급할 수 있으며 자기 나이 또래 친구처럼 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교육을 시킨 후에는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 약속한다는 표시로 1전짜리 동전 다섯 닢을 주기도 했다. 어둠에 닫혀 있던 이 나라는 개방과 개혁에도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복음의 빛을 거부한 대표적인 사례는 ‘단발령(斷髮令)’이었다. 이는 고종 32년인 1895년 12월 30일(음력 11월 15일)에 성년 남자는 상투를 자르고 서양식 머리를 하라는 내용의 고종의 칙령이었다. 이 명령이 내린 당일 고종과 황태자 순종은 솔선수범하여 머리를 깎고, 내무부대신 유길준은 관리들에게 칼과 가위를 가지고 도성 거리나 성문에서 백성들 머리를 깎게 했다. 그러나 ‘신체발부는 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 어찌 부모가 준 신체인데 )하면서’ ‘어찌 함부로 훼손할 수 있겠는가 (불감훼상효지시야 不敢毁傷孝之始也)’로 맞섰다. 특히 성리학자들의 격렬한 반발로 2년만에 철회되었다. 그 후 1900년 광무개혁 때 다시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다. 1906년까지도 지방에서는 단발령에 대한 반발이 그치지 않았다. 1920년대부터는 여성에게도 단발이 시작되었는데, 한국 여성으로 최초로 공개적으로 머리를 자른 사람은 여성 사회주의자 겸 독립운동가 허정숙이었다. 지금은 머리카락 자르는 것을 누가 간섭하지 않는다. 맘대로 물들이고 염색해도 자유다. 이런 자유 하나도 바꾸는데 많은 저항과 진통이 있었다. 낡은 것은 바꾸고 늘 새로운 마음으로 채워야 한다. 그것이 천국 백성이 살아가야 할 모습이다. 가을이 다가오니 노회장 총회장 선거도 있다. 지금도 능력과 상관없이 고참 원로들이 뒤에서 밀어준 사람이 되고. 줄세우기 하고 봉투 받아먹고 하는 그러한 개탄스러운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다면 도려내야 한다. 코로나 정국을 지내오는 동안 국가나 사회 할 것 없이 바뀐 환경은, 바꾸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포함)되고 있고, 교회를 둘러싼 광야의 환경은 더 거칠다.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변하지 않으면 교회도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 필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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