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는 식당마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한식집이 곰탕도 하고 백반도하고 또 김치찌개나 생태탕 등을 골고루 갖춰 놓고 손님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분업화가 되어서 한가지의 메뉴만 가지고도 식당이 잘 운영됩니다. 가령 어떤 집은 비빔밥 한 종류의 메뉴만을 가지고 영업을 하고, 어떤 집은 아구찜만 전문으로 하고, 또 다른 집은 해장국만 전문으로 하여도 식당이 충분히 운영이 됩니다. 지금은 메뉴의 다양성 보다는 맛으로 성공과 실패가 결정지어지는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풍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음식은 여러 가지 맛들이 적당하게 조화가 되어야 제 맛을 낼 수가 있습니다. 어떤 음식은 한가지의 담백함으로 맛을 내주기도 하지만 어떤 음식은 여러 가지 맛들이 조화를 이루어 우리 입맛을 즐겁게 해 줍니다. 맛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맛과 쓴맛, 신맛과 짠맛, 매운맛 등이 있습니다. 이런 맛들이 조화를 잘 이룰 때 우리는 만족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탕수육에는 달콤하면서 새콤한 소스가 있어야 제 맛을 낼 수가 있습니다. 단 맛이 없다면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이나 초컬릿 등은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을 것입니다. 음료나 커피에서도 단맛은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세상에서 단맛이 없어진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들이 발생될 것입니다. 소금이나 간장과 같이 짠 맛도 단맛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금은 간을 조절하는 것 외에도 부패를 방지하는 방부제 역할도 합니다. 소금이 들어가지 않은 싱거운 음식들을 상상하기란 매우 힘듭니다. 싱거운 김치나, 간이 전혀 되지 않은 국이나 찌개, 소금 없이 먹는 찐 계란은 생각만 해도 우리를 답답하게 만듭니다. 얼마나 가슴을 두드려야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신 맛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 맛을 내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거기에 비하면 매운 맛이나 쓴 맛은 음식 맛을 내는데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가령 여름철 기호 식품인 냉면에는 매콤한 겨자가 들어가야지만 제 맛이 납니다. 생선회도 그 자체보다는 소스가 곁들여 져야지만 한층 입맛을 돋우어 주는데 역시 매콤한 초장이나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어서 찍어 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매운 맛을 내주는 고추나 후추는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맛을 내주는 중요한 식품들입니다.
지금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음식이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원래 매운맛을 좋아하는 민족이다보니 한식에는 매운 양념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매운맛을 모르던 서양 한식 마니아들도 지금은 매콤한 떡볶이나 비빔밥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봄철에는 약간 쌉쌀한 쓴 나물이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입니다. 매운 맛이나 쓴 맛 등은 언뜻 우리생활에 필요 없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주는 아닐지라도 결정적일 때 꼭 필요한 맛을 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한 지체를 이루어가는 공동체입니다. 맛으로 친다면 다양한 맛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음식을 만들어 간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달콤한 맛을 내거나 새콤한 맛을 내는 사람, 소금 같이 부패를 막고 간을 맞춰주는 사람, 그리고 가끔 맵거나 쓴 맛을 가진 교인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염소와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도 꼭 필요할 때 맛을 내기 위해서 그대로 두고 사용하십니다. 우리도 그런 시각으로 맵거나 쓴 맛을 가진 사람들을 바라본다면 교회는 더욱 평안할 것입니다.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은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다양한 성품과 환경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교회라는 한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려면 여러 가지 맛을 포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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