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제자의 삶이며 성도의 삶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사도행전 강해를 매주 하고 있습니다. 설교를 듣는 성도들은 예수님을 따라 옳고 바른 삶을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추구해야 하는 삶이라고 머리를 끄덕이며 듣지만 정작 현실은 각박합니다.
이때 가장 힘주어 하고 싶은 설교는 “예수님 믿고 말씀대로 살면 큰복을 받을 것입니다. 재물의 복, 자식의 복, 부부의 복, 사업의 복, 관계의 복, 건강의 복 등 우리가 현세에 누려야 할 것들을 꾹꾹 눌러 하나님께서 넘치게 주실 것입니다. 지금 당하는 고난은 금방 극복될 것입니다. 고난을 당할수록 이 복을 바라며 더 열심히 신앙생활하세요."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가요? 가치 중심의 삶, 올바른 방향의 삶,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제자의 삶을 살아가면 정신승리의 삶은 있을 지언정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현실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보는 시각을 바꾸어 주는 훈련입니다. 그런데 그말에 수긍하면서도 현실로 인해 성도들이 너무 힘들어 합니다.
교회 성도 한 분이 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너무 힘들어 하나님을 원망하고 기도조차 나오지 않는 자신을 보며 정죄하고, 바닥난 신앙을 탓합니다. 오래전 개인 사정으로 자신에게 더 나은 조건(?)의 다른 교회로 간 분이 힘들어하는 교회 성도에게 우리 공동체를 얼른 빠져나오라고 조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분했습니다. 무엇보다 불법을 자행하며 번 돈으로 고급 아파트와 차를 사고, 명품을 걸치는 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이야기하며 현재의 어려움을 잘못된 신앙과 교회 때문인 것처럼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땐 더욱 화가 났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 눈에 확 띠는 물질의 축복과 건강의 축복 등을 주신다는 설교를 하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믿으면 더 고난 당할 것을 예언하십니다. 최고의 선을 추구하면서 악을 정당화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인간의 연약함으로 죄를 짓더라도 금방 돌이키고 자신의 죄를 방치하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양심의 가책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루하루 땀 흘려 열심히 사는 성도들에게 잘 살고 있다고, 더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라고 설교하는 것보다, ‘어떻게든’(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열심히 돈 벌어 하나님께 십일조 많이 하는 것이 복이라는 설교는 절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이들이 잘 먹고 잘사는 것 같아 부아가 치밉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아무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에 ‘어떻게든'이 안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주일에 “우리가 어찌할꼬?" 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적이 있습니다. 무죄한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죽게 한 유대인들이 복음을 전하는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양심에 찔려 되묻는 내용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하면 구원받을 수 있을까 물을 때 베드로는 단도직입적으로 회개하라고 말합니다.
회개(悔改)는 죄나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고쳐먹는 것입니다. 마음을 고쳐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삶을 바꾸는 것이 진짜 회개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세상과 똑같은 기독교 아니 더 타락한 기독교, 세상 사람과 똑같은 그리스도인 아니 더 타락한 그리스도인이 교회에 바글바글하고 목사는 그들의 삶을 축복으로 포장하는 교회 공동체라면 더이상 희망이 없습니다. 온전한 회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수를 말하지만 예수가 없는 삶, 예수를 따른다고 하면서 예수가 보낸 성령이 없는 삶을 살지 말라고 매주 설교하면서도, 당장 힘들어하고 신앙의 위기까지 이르는 성도들을 보면 타협적인 설교를 하고 싶은 유혹이 생깁니다. 그냥 위로차원에서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지난 번 독서모임에서 목사님들과 함께 나누고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했던 문장이 저를 다시 깨우치게 합니다. “기독교에는 구원이 없다. 구원은 예수에게 있는 것이다." 절대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