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도들이 드린 헌금의 사용에 대해 매우 민감한 편입니다. 단 한 푼의 돈이라도 함부로 쓰지 않으려하고, 드려진 목적에 맞게 헌금이 흘러가도록 합니다. 당연히 헌금이 쓰이는 곳에 죽은 영혼이 살아나고, 하나님의 사랑과 영광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지출을 결정합니다. 믿음으로 헌금을 드리는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눈물의 헌금을 드린 성도의 이야기를 나눌까 합니다.
K집사님은 교회 개척 때부터 함께 신앙생활 했던 분입니다. 정말 매일을 성실하게 살았던 분이시지만 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적은 돈으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다단계에 빠져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보셨습니다. 은행 빚은 파산신청을 통해 겨우 면했지만, 개인 빚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지금은 닥치는 대로 일을 하시며 빚을 갚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K집사님께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준 분들의 태도를 보면 집사님께서 얼마나 성실하시고 착하셨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 안타까워하시며 이자를 깎아주시거나 상환을 유예해주시기도 하십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속한 공동체 내에서는 금전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 내에 분란이 일어나지 않는 모습에 안도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인 생각이 들만큼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날 예배가 끝나고 집사님께서 저에게 개인적인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근간에 벌어진 일과 현재 상황을 설명하며 기도를 부탁하십니다.
주일에 돈 버는 일에 혈안이 되어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 기도 생활을 게을리 한 일, 하나님께 약속한 헌금을 하지 못했던 일 등 자신이 하나님이 아닌 세상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와 회개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저는 그분의 마음을 위로하며, 주일성수나 기도 그리고 헌금이 문제가 아니라 맘몬이 집사님의 마음을 장악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니 이제부터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자고 권면하고, 그분의 삶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꼭 잡은 손 위로 집사님의 눈물 몇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사실 집사님은 그 와중에도 꼬박꼬박 정한 십일조를 하시고, 선교헌금과 구제헌금 그리고 감사헌금을 성실하게 해오셨습니다. 십일조도 항상 먼저 떼어 놓고 나머지로 빚을 갚고 생활비로 쓰십니다. 그분의 헌금이 귀한 이유입니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봉투 하나를 저에게 주십니다. 교회 사정이 어려워 제대로 사례비도 못 드리는데, 꼭 필요한 책 사서 읽으시라며 주시는데 거부하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으론 받을 수 없는 돈이었지만 감사함으로 받았습니다. 그분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성경과 신학적 지식은 제가 더 많을지 모르겠지만 그분의 믿음이 저보다 더 크심을 감히 말합니다.
척박한 세상을 살아 가시면서도 믿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신 집사님을 보면서 목사이자 그리스도인으로서 더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적어도 그분이 저로 인해 시험 들지 않도록 말입니다.

미션21 phj2930@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