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삶’은 설교가나 목사가 좋아하는 주제다. 기독교신앙은 특정한 신념을 받아들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예수님을 따르는 자가 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자도를 가르치는 설교나 책은 기도와 더불어 성경 읽기, 교회 출석, 그리스도인의 윤리적 태도와 실천 등을 강조한다. 그러나 제자훈련 프로그램 중에서 자연과 관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생태주의적 영성은 성경의 핵심 가치 중에 하나이고, 주변 환경과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면 예수님의 참된 제자가 될 수 없고,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샬롬의 은총을 누릴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인간은 창조되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다는 점이 지구의 모든 피조물을 대하는 우리의 방식과 연관이 있음을 분명하게 알려주는 중요한 구절이다. 이어서 하나님께서 복을 주셨다. “자녀를 낳고, 번성하여라! 온 땅에 가득하여라! 땅을 돌보아라! 바다의 물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 위에 사는 온갖 생물을 돌보아라!” 사실상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내가 너를 내 형상으로 만들었으니 너는 지구와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을 책임져라.” 이것이 우리가 받은 첫 대사명이며 명확한 직무기술서다. 대개 인간의 번성 축복을 강조할 뿐 온갖 생물을 돌보라는 구절은 간과하고 있다.
오늘날 지구의 상태를 돌아보자. 기후 온난화로 인해 빈번해진 자연재해, 과도하게 개발된 자원, 빠른 속도로 멸종을 향해 가는 각종 동식물을 보노라면,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임무로부터 우리가 한참 멀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우리는 창조세계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그 결과 지구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인 우리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지금이야말로 생태적 회심을 해야 할 때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말하자면 예수님이 완벽한 모델이시다. 바울은 예수님을 가리켜 “보이지 아니하는 하나님의 형상이시요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이”(골1:15)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용된 ‘형상’이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이콘'(eikon)이며,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보이도록 재현한 것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창조세계와의 관계를 놓고 생각할 때 예수님은 완벽한 하나님의 형상이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스스로 창조세계의 일부가 되어 물질적, 물리적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헌신을 그대로 보여주셨다. 성육신은 하나님이 창조세계에 보내시는 가장 강력한 긍정의 응답이다.
여기서 예수님이 스스로를 ‘인자’라고 자주 칭하시는 호칭에 주목하자. 이 호칭은 명백하게 최초의 인간 아담과 연결되어 있다. ‘인자’란 ‘아담의 후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아담은 ‘흙에서 창조된’ 존재라는 뜻이다. 예수님은 스스로를 가리켜 ‘흙에서 빚은 자의 후손’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비슷하게도 바울도 로마서에서 예수님을 가리켜 ‘두 번째 아담’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인간이 지구와의 관계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담아내는 데 실패한 반면에 두 번째 아담이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완벽한 형상을 이루셨다. 예수님은 이 땅에서 생명을 얻고 더욱 풍성하기 위해 오셨다고 스스로가 사명선언을 하셨다.
교회 부흥을 일시적으로 이룬다 해도 생태적 제자도 없이는 모래 위에 지은 성과도 같이 파도에 휩쓸릴 것이다. 매일 지구 환경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지 않는가? 지구 멸절을 면하기 위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저지하는데 6년 밖에 기간이 남지 않았다.(2022년 IPCC 6차보고서) 인간 중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원 고갈과 폭발적인 인구 증가, 터무니없는 과소비, 빈부 양극화의 시대에 우리는 예수님의 모범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예수님은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말씀하셨다. 우선 신음하고 있는 피조세계의 고통에 귀를 기울이며 창조질서회복과 보전에 힘써야 한다. 더 나아가 곤핍한 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일상의 예배자로 살아야 할 것이다. 올해 목회 계획에 생태적 제자도를 일깨우고 실천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포함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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