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학교 초대 교장선생님을 모신 이야기이다.
교육감께서는 전직 시장을 교장선생님으로 초빙한다고 했다.
우리 선생님들은 모두 반대했다. 교육감을 찾아뵙고 말씀드렸다.
“교육감님, 물론 전직 시장님도 훌륭한 분입니다만 용연학교 설립정신과는 맞지가 않습니다. 선생님들도 반대합니다.”
그랬더니 교육감께서는 시교육청에서 지원도 받고하니 우리가 추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처음 용연학교를 설립하자고 할 때는 반대했던 분이다.
며칠을 찾아서 설득하자 “그럼 누구를 추천할 거냐.”고 물었다.
“아직 누구를 추천할지는 모르지만 선생님들과 상의해서 용연학교 정신에 맞는 분을 교장선생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우리는 여기저기 수소문했다. 수소문 끝에 훌륭한 선생님 한 분을 찾았다.
광주과학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던 분이다. 아침 일찍 등교해서 학생들 책상을 일일이 닦아놓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학생들도 선생님을 무척 존경했다. 이 선생님은 그 당시 교감, 교장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평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정년하신 분이다.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의 은사님이기도 했다.
나는 찾아뵙고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용연학교는 100명의 선생님들이 십시일반해서 만든 학교입니다. 전국 최초의 대안교육을 위한 학교입니다. 선생님께서 용연의 설립 정신을 살려주실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찾아왔습니다. 초대 교장선생님을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그 훌륭한 정신이 깃든 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겠냐고 의아한 표정이셨다.
나는 다시 정중히 말씀드렸다.
“교육감님께서는 전직 시장님을 추천해주셨습니다만 용연학교의 설립 정신과는 맞지 않다고 여러 선생님이 반대를 하십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선생님을 모시기로 했습니다.”
김철구 용연학교 초대 교장선생님이시다.
부임하신 첫날부터 학교 교문에 나오셔서 학생들 등교맞이를 했다. 용연학교 학생들은 9시 이전에 등교한 학생이 몇 명 안 됐다. 보통 10시, 11시에 등교를 했다. 12시에 등교한 학생들도 있었다.
교장선생님은 등교한 학생들을 일일이 따뜻하게 안아주시면서 사랑을 전했다. 12시 무렵 등교한 학생도 늦게라도 와줘서 고맙다고 안아주면서 “아침밥 아직 안 먹었지?” 바로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식탁 앞에 앉아서 챙겨주셨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을 너무 좋아했다. 교장선생님보다는 이웃집 편안한 아저씨 느낌이다. 하교할 때도 학생들 손을 일일이 잡아주면서 오늘 고생했다, 또 내일 만나자고 했다. 용연학교 선생님들도 교장선생님을 존경하고 좋아했다.
교장선생님의 하루 일과는 아침에 일찍 학교에 오셨다가 오후에는 재판장으로 가는 날이 많았다. 학생들의 재판이 오전이 있는 날은 바로 법정으로 출근하셨다. 법정에 나가서 학생들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계셨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구제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셨다.
지금은 투병생활을 하고 계신다. 가끔 교장선생님을 만나면 마음에 새길 격려 말씀을 해주신다.
“왜 살아야 하냐고,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냐고, 선생님의 보람은 뭐냐고.” 말씀하신다.
이 교장선생님이 내 마음의 표상이다.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빈다.

미션21 phj2930@nate.com